파이봇 Pibot

파이봇은 파일럿 로봇의 약자로 조종사의 좌석에 앉아 비행기를 조종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에 이 로봇이 자동운항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처럼 실제로 비행기 제어장치를 사용해 운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이스트의 심현철 교수는 파이봇을 제작하기 위해 팀을 만들어 조종 자동화 과제에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들은 조종을 인식, 의사결정, 행동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세분화한 후 로봇이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인공지능, 센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파이봇은 엔진출력조절장치, 조종간, 페달을 포함하여 제어장치를 조작하고, 조종사가 하는 것처럼 계기판과 연료소비량을 확인한다. 대부분의 드론과 달리 파이봇은 원격조정을 통해 작동하지 않으며, 사람의 개입 없이 비행기를 조종한다. 심지어 조종사처럼 항공 교통 관제사들과 대화하기 위해 무전을 사용하기도 한다.

2014년 처음 선보인 최초의 파이봇 1은 저가의 상용 로봇인 바이올로이드 프리미엄의 축소 버전으로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비행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지상주행, 이륙, 사전에 지정된 경로에 따른 비행을 마친 후 목적지에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이 작은 안드로이드 로봇은 모형 항공기로 실제 비행에도 성공했다. 비전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아직 미세한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착륙 과정에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긴 했지만, 이 실험을 통해 파이봇의 개념이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파이봇 2는 실물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약 10만 덜러의 제작비용이 들었으며, 모든 기능을 갖춘, 조종사의 복제품이다. 로봇 팔과 다리는 6자유도를, 로봇 손은 5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눈 역할을 위한 카메라 외에 파이봇은 손에도 카메라를 장착하여 제어장치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비행 시물레이터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였다. 심 교수 팀은 이제 비상상황, 특히 사전에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돌방상황에 대한 파이봇의 대응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미 이런 유형의 대한 수요가 있다. 미 공군은 유인조종에서 무인조종으로 전환하기 위해 비행기를 재조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드롭인 로봇 시스템'을 찾고 있다. 심 교수의 기술에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 공군은 화물 운송 비행과 재급유 임무에 로봇을 사용하려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보, 감시, 정찰' 과 같은 보다 도전적인 임무에 투입 될 것이다. 머지않아 무인항공기와 유인항공기가 영공을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로봇이 비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 및 규정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비행조종 로봇은 상업적인 부분에서도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매 비행마다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필요하다. 부조종사는 비상 시에 개입하고, 조종사에게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조종사와 부조종사 외에 계기판을 모니터링하고 연료소비량을 계산하는 비행 엔지니어가 있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비행 엔지니어를 대체했으며, 부조종사 또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숙련된 조종사는 보수가 높기 마련이고,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데도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파이봇은 비용이 저렴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항공기를 조종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단지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여 해결할 수 있으며, 파이봇은 혼동의 위험 없이 다른 종류의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조종사 없이 비행조종 로봇만으로 여객기를 운항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항공사고가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사고 유형은 조종사의 판단착오 등으로 비행기가 산이나 언덕에 부딪히는 'CFIT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이며, 주로 조종사가 계기판 값을 무시하거나 착각해서 발생한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승객들은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보다 파이봇이 조종석에 있을 때 더 안전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