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는 정말 술을 입에 대지도 말아야 하나?

로봇 & 과학|2019. 8. 9. 14:22

임신부는 정말 술을 입에 대지도 말아야 하나?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임신부는 알콜을 절대 섭취하면 안된다' 라는 상식이 보편타당하게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에 대해 반박하는 기고문이 등장했다. 

학술지 네이처 2014년 8월 14일자에는 '엄마를 탓하지 말라Don't blame the mothers'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사 교 수인 사라 리처드슨 Saral Ries andle 을 비롯해 정치학, 의학, 철학, 인류 전문가 7명이 함께 쓴 글로 언론매체들이 후성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7명이 함께 쓴 글로 언론매체 전학 연구결과들을 경솔하게 보도함으로써 엄마들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궁지에 몰린 건 '상식적으로 임신 중에 후성유전학적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는 경향 때문이다. 필자 역시 태교를 두고 우리 조상들이 선견지명을 갖고 후성유전학을 실생활에 적용한 예로 즐겨 인용해왔다. '임신 중 엄마의 식단이 아이의 DNA를 바꾼다'(BBC), '할머니의 경힘이 우리 유전자에 흔적을 남긴다'(디스커버리), '9·11테러에서 살아남 은 임신부들이 자녀들에게 외상(트라우마)을 물려줬다'(가디언), 저자들은 기고문 초입에 이 같은 유명 매체들의 기사 제목을 예로 들며 독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연구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과장한 이런 표현들이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버지의 기여와 가족의 생활패턴, 사회환경 요인은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사실 태아 때 환경(엄마의 자궁)이 아이가 태어난 뒤 영향을 미칠 거 라는 가정은 후성유전학이 분자차원에서 연구되기 이전부터 있어왔다. 저자들은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이름 붙여진 '태아 알코올 증후군 feral alcohol syndrome'을 들고 있다. 엄마가 임신 중 지나친 음주를 한 결과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가 태어나는 현상으로, 1981년 미국 공중위생국은 임신부들에게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게 안전 하다고 권고했다. 그 결과 사회에서 임신부가 술을 마시는 건 거의 범법 행위처럼 여겨지게 됐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이런 관행이 정책입안자들이 적당한 음주조차 위험하다고 과장한 결과라며 2012년 덴마크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즉 대규모 사례조사 결과 임신 기간 적당한 음주를 한 여성의 자녀들에게서 어떤 부작용도 찾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실상을 모르는 임신부들은 어쩌다 실수로 술 한 모금을 마셔도 아기한테 큰일 나는 거 아냐?'라며 불안해하고 죄의식을 느낀다.


한편 동물실험결과를 왜곡편집해 보도하는 행태로 2012년의 한 연구를 예로 들었다. 즉 임신했을 때 고지방 사료를 먹은 쥐의 경우 두 세대 뒤(새끼의 새끼)에서 암에 걸릴 확률이 80%로 임신 때 보통 사료 를 먹인 어미의 새끼의 새끼(대조군)의 50%보다 훨씬 높았다. 언론은 이에 대해 “할머니의 식습관을 걱정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실험에 쓰인 쥐는 암이 잘 걸리도록 유전자조작이 된 쥐이 고 세 세대 뒤에서는 오히려 고지방 사료군이 암 발생률이 낮게 나왔다는 연구결과는 무시됐다. 즉 기사가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만 발췌해 선정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과학자, 교육자, 기자들에게 촉구한다며 "임신 기간 동안 건전한 행동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이런 발견들을 토대로 일상생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걸 고려해달라" 고쓰고 있다. 저자들은 후성유전학적으로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건 엄마의 자궁 뿐 아니라 아버지와 조부모, 식단이나 독소 같은 환경요인 등 다양한 경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이어가는 후성유전학적 유전'은 최근 생명과학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중 하나이다. 다음시간에 포스팅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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