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구인과 재난구조 로봇

로봇 & 과학|2019. 7. 22. 10:41

가장 위험한 발상, 로봇 군인

무인 전차와 정찰 로봇 및 근력 증강 로봇 등의 국방 로봇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고, 인간이 머지않은 미래에 겪을, 막을 수 없는 전투의 한 형태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로봇 군인의 등장이다. 다행히 아직까 지 세계 어떤 곳에서도 로봇 군인의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반 기술이 로봇 군인을 개발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지만, 만약 개발 계획이라도 알려진다면 그 비난의 강도를 이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런데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는 로봇 군인의 출현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인 전투 시스템은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일 뿐 최종적인 전쟁의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전쟁에서 승리하 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직접 전쟁 지역을 점령하고, 그 지역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지역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점령을 당한 쪽에서도 전세를 다시 역전시키기 위해 각종 게릴라전으로 대응한다. 게릴라전은 장기적이고 전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군인들의 인명 피해 가 많이 발생한다. 게다가 게릴라전이 무차별 테러로 진화하면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도 발생한다. 이러한 게릴라전과 테러는 로봇 군인 개발 의 강력한 명분이 된다. 이미 무인 폭격기 등을 이용해 효과를 본 경험 이 있는 당사국은 아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 군인을 개발하 려는 유혹을 점점 강하게 느낄 것이다. 따라서 무인 전차의 다음 순서 는 로봇 군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로봇 군인은 지금까지의 무인 무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이다. 무엇보다 윤리적 문제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로봇이 인공 지능을 갖춘 존재라는 점이다. 미국 테슬라(Tesla) 사의 엘론 머스크는 '인공 지능은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공 지능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말 그대로, 유명한 로봇 영 화 〈터미네이터〉 속의 스카이넷'이 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로봇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고도 알려진 엘론 머스크 가 그런 지적을 하다니 더욱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로봇이 인간을 해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 우리 인류의 미래는 바 람 앞의 촛불처럼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사회 유지 로봇

사회 유지 로봇이란 말 귿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하는 로봇이다. 사실 사회 유지라는 개념은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여기에 속한다고 명확히 분류하기가 어렵다. 따지고 보며니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존속을 위한 국방(국방 로봇)도 필요하고,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서비스(서비스 로봇)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넓게 보면 로봇이라는 존재 자체가 사회 유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국방 로봇이나 사회 구성원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서비스 로봇을 제외한, 오직 인간의 생명 유지와 관련된 로봇만을 다루려고 한다. '사회'를 이루려면 '구성원'이 존재해야 하고, 구성원이 목숨을 부지해야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로봇의 예로 재난 구조 로봇과 의료 로봇 분야를 들수 있다. 



사람을 구하는 재난 구조 로봇

로봇 개발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것이 재난구조 로본이다. 앞서 언급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가 그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 또한 앞에서 반성했던 것처럼, 우리가 제대로 된 개나 구조 로봇만 갖추고 있었더라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의 현장에서,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세월호 비극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사고 현장이 인간이 접근하기에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했다. 그래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고, 그 사이 사고는 수습하지 못할 만큼 커져 버렸다. 결국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어 그것 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좌절감과 죄책감은 더더욱 커졌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한다. 이러한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기대 와 희망이 이제 로봇에게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인간과 형태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 사고 현장에서 인간형 로봇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은 인간의 몸에 맞게 제작되어 있다. 문손잡이의 위치와 의자의 모양, 책상의 높이, 계단의 간격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인간의 몸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잘 이용하 기 위해서는 로봇을 인간의 형태로 만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캐터필러가 달린 군용 정찰 로봇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군용 정찰 로봇은 사고를 수 습하지 못했다. 사다리를 비롯해 캐터필러 로봇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캐터필러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처럼 다리로 움직이는 로봇이었다면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었을 테고, 그러면 이후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2015년 6월, 역사상 가장 큰 로봇 대회라 일컬어지는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이 끝나고 나면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지금은 원전과 같은 시설물에 진입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점차 여러 영역으로 확대, 적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추어 재난 구조용 로봇 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려 움직이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주도적으로 나서는 표면적인 이유는, 첫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해결하고 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함이고, 둘째 로봇 종주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만들고자 함이다. 속사정이야 이보다 훨씬 복잡할 테지만, 우선 이 두 가지 표면적인 이유만으로도 그들이 앞으로 재난 구조 로봇에 집중하고 투자할 것임을 짐작하 기 어렵지 않다. 한편, 미국은 재난 구조 로봇을 로봇 군인의 전단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로봇 군인을 직접 목표로 하여 개발할 경우 전 세계적인 비난에 직면할 것임은 누구보다도 그들이 더 잘 안다. 재난 구조 로봇 개발은 그런 비난을 피해 갈 좋은 명분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내가 틀리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재난 구조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군인은 종이 한 장 차 이이기 때문에 이런 의구심은 지울수 없다.


재난 구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기술은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을 수 있는 나무둥치와 같다. 따라서 ‘재난 구조용'이라는 수식어에 갇혀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나무가 어느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갈지는 가지치기를 하는 인간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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