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로봇

로봇 & 과학|2019. 7. 23. 10:40

가사 로봇, 집안일을 부탁해

인간이 청소와 요리, 설거지, 빨래, 육아 등의 가사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한 대의 가사 로봇이 모든 가사 노동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수행해 낸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삶이 통째 로 바뀔 것이다! 아무리 예전에 비해 양성 평등이 보편화되었다 해도 아직까지 가사 노동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가사 로봇의 도입은 여성에게 더욱 큰 삶의 변화로 다가올 것 같다.



소설 《해리 포터》를 읽은 사람이라면 소설에 등장하는 집요정 도비 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큰 분량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소설에서 그려지는 도비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우렁 각시를 닮았 다. 집안을 청소하고, 요리와 빨래를 해결하며, 주인이 시키는 각종 심부름을 군소리 없이 수행한다. 게으르고자 하는 욕구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 우리 집에도 저런 집요정 한리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설 속의 집요정은 인간의 역사에 '노예 제도'로 기록되어 있다. 인간은 피부색이나 태어난 곳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목숨 하나씩을 가졌으며,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사회가 점차 문명화됨에 따라 이러한 인권에 대한 의식은 날로 커졌고, 따라서 인간의 게으름의 욕구와 인권에 대한 인식은 서로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 수백 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의식이 욕구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고, 현대 사회는 노예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인간의 게으름의 욕구가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 내면에 내재되어 있다. 집요정과 노예는 이제 로봇으로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가사 로봇이 등장했을 때 일어날 사회 현상을 예상하고 싶다면 옛날 귀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보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귀족들이 누렸던 삶은 마치 신선놀음과 같다.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 활동에 집중하고, 노래와 춤, 공연 감상과 독서 같은 문화 활동을 즐겼다. 승마, 펜싱, 사냥 등 스포츠 활동도 활발했다. 모든 육체노동은 노예가 하고, 귀족들은 그들의 힘의 원천이 었던 영지를 관리하는 정도의 일만 했다. 가사 로봇이 만들 사회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사 노동을 로봇이 대신해 준다면, 인간은 자신의 잉여 시간을 다른 곳에 쏟기 시작할 것이다. 주말에나 가능하던 여유 시간이 생겨 주말의 개념도 희미해질 것 같다. 또한 중세 귀족들이 그랬듯이 예술과 문화, 스포츠 에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문화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사 로봇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구세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상상일 수 있다. 가사 로봇이 가져올 사회적 부작용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가사 로봇의 독점이다. 중세 귀족들도 노예를 부릴 권리를 자신들에게만 부여했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가사 로봇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보급되지 않는다면, 가사 로봇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질에서 현격한 차이가 생기고, 이는 다시 인간의 자존감을 박탈하는 신분제의 부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노예 제도라는 참혹한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가사 로봇을 개개인의 수입과 관계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계층 사람들이 먼저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가사 로봇이 확산될 때 사회 계층별로 각기 다른 인센티브를 두어 소외 계층에게 적극적으로 보급 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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