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관계

경제이야기|2019. 4. 26. 16:47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위기나 예상치 못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사건이 발생하고 수요와 공급이 움직이겠지?' 의 이론적 논리가 아닌 '사건이 발생할 것 같으니 수요와 공급이 먼저 움직이고, 사건이 발생하면 상황이 거의 종료된다.'라는 논리가 현실적이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통계 또는 역사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쳤던 이슈들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이나 달러, 채권 등을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며, 반대로 팔려는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 그 총량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시장에서는 '이 시기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채권이나 달러, 엔화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겠구나!' 라고 판단해 채권이나 달러, 엔화등을 사고, 신층국의 채권이나 주식, 통화 등을 판다. 따라서 해당사건이 실제 사건으로 발생한 경우 이미 대응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이 적거나 오히려 반대로 반응하기도 한다. 이를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영향' 또는 '페타콤플리 현상'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는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론적인 논리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건 발생 이후는 뒤늣게 초과 수요나 초과 공급을 만드는 일부 투자자와 선제적으로 대응한 투자자 간의 물물교환 단계다. 이 단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금융시장의 버블 또는 패닉 단계에 접어들기도 한다.


금융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을 알고자 한다면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수요와 공급을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 연기금 등 큰 자금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수요와 공급의 변동은 결국 시장심리에 달려있다

금융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변동시키는 이론적 요인은 금리, 주가, 환율, 물가, 소득수준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은 말 그대로 이론적인 도구일 뿐, 결과적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시장의 심리에 달려 있다. 아무리 금리나 주가가 낮거나 소득수준이 높아도 시장의 심리가 얼어 있으면 금융시장의 수요는 절대 증가하지 않는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유동성 함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에서 우리나라 증시가 저평가되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금융시장에서 시장의 심리는 단기간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형성되었다고 해도 한순가넹 급격하게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저평가되었다는 분석은 '이론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이것을 투자의 기회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우리 눈에는 저평가 되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여전히 고평가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단기간에 인기가 형성되는 경우 수요가 공급을 빠르게 초과해 시장가격을 상승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을 우리는 '버블'이라고 부른다. 반면 시장의 신뢰는 단기간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지구에 중력이 존재하듯 심리에도 중력이 있다. 어떤 상품이든, '초과수요'로 끌어올리는 가격의 힘보다 '초과공급'으로 아래로 내리꽃는 힘이 더욱강하다는 말이다. 이것을 금융시장에서는 '패닉'이라고 부른다. 어느쪽이든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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